< 1인 시위 >
땡볕 아래에서 외치는 저 사람
목이 쉬었네.
애간장 녹여 만든 진심을
넉 달째 던지고 섰지만
귓구멍이 좁고 심드렁한 행인의
귓등만 맞히고 있으니
딱하다 저 사람.
해줄 수 있다면 마른 목을 맥주로 적셔
부푼 핏대를 진정시키고
손목 잡아 그늘에 앉힌 다음
허울뿐인 정의는 없는 셈 치면 어떻겠냐고
툭 치며 말해봐야지.
여하간 빈속에 들이켜는 고량주처럼
녹록잖은 날들만 집안 가득 쌓였을 테니
김 형, 이러지 말고
내가 봐 둔 괜찮은 술집에서
해장국의 창조주가 부활을 명하는 늦은 아침까지
같이 한번 죽어보는 거
어때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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